대한수면연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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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이야기 3권 2호

JULY 2025

수면장애 신간 소개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

물리학이 우주의 언어라면, 수학은 생명의 언어일 수 있을까요?

최근 출간된 김재경 교수님의 신간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동아시아, 2024)은 이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진지하고도 매혹적인 탐구를 담고 있습니다. KAIST 수리과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김재경 박사님은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오하이오 대학 Mathematical Biosciences Institute에서 박사후 연구원(Postdoctoral fellow)을 역임하신 수리생물학 분야의 대표 연구자입니다. 저자는 복잡한 생명현상을 수학적으로 해석하고, 실제 의료•보건 영역에서 적용 가능한 모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번 저서는 그러한 연구 여정을 대중과 공유하는 첫 시도입니다.

이 책은 팬데믹의 확산과 억제, 백신 개발, 항암제 최적 투약 시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그 중에서도 수면과 생체리듬 분야에 대한 수학적 접근은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원들에게 특히 의미 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책의 5장 ‘수학이 발견한 최적의 수면 패턴’에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 주제가 논의됩니다:

<왜 수면 시간보다 수면의 타이밍(chronotype)이 졸림과 피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가?>

저자는 수면 시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주관적 졸림의 변화를 수치적으로 해석하며, 인간의 생체주기(Circadian Rhythm)와 수면 압력(Sleep Pressure) 간의 상호작용 모델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 모델은 특히 Two-Process Model of Sleep Regulation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면서도, 그 위에 시계 유전자의 리듬이나 빛 자극에 따른 위상 반응을 추가로 수식화합니다.

실제로 모델을 활용해 특정한 시간대 기준으로 수면 시점과 기상 시점을 조절하면, 피크 각성도를 유도할 수 있음을 시뮬레이션한 사례와 연구도 소개됩니다. 이는 임상현장에서 청소년 수면시간 조정이나 교대근무자의 수면 위생 지도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수면도 수학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면, 그 구조를 더 깊이 파악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진단과 예측,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단순히 ‘더 자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자는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김 교수님의 수리적 접근은 우리가 기존에 직관적으로만 알고 있던 ‘수면의 언어’를 수식으로 번역해 보여주며, 이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는 새로운 시각과 연구의 가능성을 던져줍니다.

수면과 생체리듬과 관련하여, 이 책은 수학이라는 낯선 도구가 얼마나 강력한 예측력과 설명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임상현장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훌륭한 안내서입니다.

카이스트 김재경 교수님 사이트: https://mathsci.kaist.ac.kr/~jaek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