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수면연구학회

메뉴열기 메뉴닫기

수면이야기 3권 2호

JULY 2025

해외학회 후기

Sleep and Breathing Conference 2025를 다녀와서

양산부산대병원 신경과 조재욱 교수

2025년 4월, 벨기에 안트베르펜(Antwerpen)에서 개최된 2025 Sleep and Breathing Conference에 참석하였습니다. 이 학회는 유럽호흡기학회(European Respiratory Society, ERS)와 유럽수면연구학회(European Sleep Research Society, ESRS)가 공동 주최하며, 2년마다 유럽 각지에서 열리는 수면호흡장애 분야의 주요 국제학회 중 하나입니다. 기본적인 임상 실무에서부터 최신 연구까지 폭넓은 내용을 다루는 학회로, 특히 수면무호흡증과 관련된 진단 및 치료, 양압기 치료의 실제, 수면과 심혈관계 질환의 연결성, 소아 수면의학, 최신 디지털 기술의 접목 등에 걸쳐 다양한 세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영어로 앤트워프라고 읽는 안트베르펜은 벨기에 북부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유럽 예술과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오랫동안 해온 도시입니다. 학회 일정 외에도 안트베르펜 대성당(Cathedral of Our Lady)을 방문하면서, 어린 시절 ‘플란더스의 개’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네로와 파트라슈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그곳이라는 점에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림 속 루벤스의 제단화 앞에 조용히 서 있으니, 어릴 적 네로의 죽는 장면에서 펑펑 울었던 감정이 되살아나며 깊은 여운이 남았습니다. 벨기에의 고풍스러운 도시 경관과 따뜻한 봄 햇살, 그리고 플란더스의 전통적인 정취가 이번 학회 일정에 잔잔한 감동을 더해주었습니다.


안트베르펜 대성당 앞에 잠들어 있는 네로와 파트라슈

학회 프로그램은 비교적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임상의들에게 유익한 실용적 세션뿐 아니라, AI, 웨어러블, 원격 수면 모니터링 등 디지털 기술 접목 관련 최신 주제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AI 기반 수면무호흡증 스크리닝, 수면단계 예측 알고리즘, 양압기 사용 예측모델에 관한 강의는 특히 흥미로웠고, 제가 열심히 파고 잇는 레이더 기반 수면분석 연구나 웨어러블 장비의 알고리즘 성능 평가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많아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레이더로 수면단계를 측정하는 연구를 포스터로 발표

하지만 미국에서 열리는 APSS와 같은 대형 학회에 비하면 전반적인 강의 수준은 기초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한 '입문자 친화적인' 접근이 많아 상대적으로 평이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AI 세션도 기술적 깊이보다는 임상 적용 가능성 소개에 더 무게를 둔 구성이었으며, 이는 오히려 수면의학에 처음 입문하는 젊은 연구자나 임상가들에게는 유익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매우 쾌적한 강의 장소지만 여유있는 객석 좌석

학회장에서는 유럽 각지의 전문가들과 만나 네트워킹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며, 특히 몇몇 포스터 발표에서는 한국 연구자들의 활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내 수면의학 연구가 기술적/학문적으로도 세계적 흐름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미국학회보다 먹을 것 마실 것이 많아 행복한 부스 전시장

이번 앤트워프 방문과 학회 참석은 제게 있어 단순한 학문적 일정 그 이상이었습니다. 유럽 수면의학의 흐름을 체감하고,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감성을 되살리며,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정비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수면의학이 단순한 진단이나 치료를 넘어, 환자의 삶과 기억, 감정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학문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벨기에의 인종차별과 치안에 대해 안좋은 소문을 워낙 많이 들어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의 따듯한 배려를 느끼는 순간들 때문에 매우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